바야흐로 아이가 4개월을 지나 5개월을 향해 가면서, 지금까지 보던 아이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에 다시금 주의가 환기되기 시작합니다. 앞의 시리즈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아이가 뒤집기 시작하면서 슬슬 움직임과 주변 탐구에 대한 열망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걸 맞춘다고 며칠에 한번 집안을 리모델링하고 할 수는 없으니, 역시 알아서 바뀌는, 그리고 아직까지는 낯선 바깥 세상을 보여주는 것은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스트레스를 낮출 수 있는 좋은 길입니다. 집에서 하루 종일 보채던 아이도 일단 나가면 잘 지내는 경우가 많으니 일단 용기를 내서 시도해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물론 이런 각오를 한다면, (일반적으로) 아빠의 미션은 이를 위한 도구를 물색해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뭔가 이동을 위해서는 유모차와 (차가 있다면) 카시트 정도가 필요한데, 유모차도 사실 이것저것 검색을 시작하면 종류도 많고 기준도 너무 넓어서 1분 만에 포기하기 십상입니다. 역시 직접 잡아보고 결정해야 하...겠지만, 한 번 사서 수십 년 쓰는 것도 아니고 하니 지나치게 꼼꼼한 선택은 정신 건강에 독이 될 수도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그런 고로, 이번에도 정말 적당히 절충해서 골랐습니다.


1. 아이가 처음 나왔을 때는 추위가 한창 최고조에 다다르던 1월이었고, 따뜻한 날 바깥이 영하 10도 이러면 몸이 멀쩡한 어른도 나갈 의욕을 잃게 됩니다. 하물며 백일도 안된 아이는 오죽할꼬... 하면서 바깥을 거의 보지 못하고 살았던 아이지만, 슬슬 백일을 넘어가고 계절이 바뀌면 나가볼 만 한 시기가 옵니다. 특히 목을 가누고 뒤집기를 했지만 앞으로 가지는 못하고 짜증이 슬슬 날 때쯤 되면 주의를 환기시키는 방법으로 산책이 참 좋은 방법입니다. 물론 미세먼지 수치가 양호한 날에만요...이 기준을 넣으니 사실 봄에도 며칠 못 나가긴 했습니다.

백일을 지나면서 슬슬 아이도 무거워지고, 힙시트는 아직 잘 안 맞고 언젠가는 유모차를 사야겠다!라고 생각했었는데 드디어 그 시기가 왔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일단 어떤 브랜드가 있는지, 그리고 어떤 유형의 유모차가 좋은지 등부터 너무 많고 복잡합니다. 게다가 후기를 보면 좋다 와 안 좋다가 보통 반반인데, 이건 아이가 적응을 잘 하냐 못하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유모차도 조금씩 태우고 흔들면서 적응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저희 아이는 그냥 타고 움직이는 순간부터 햇님웃음 나오네요. 매번 느끼지만 적응이 빠른 아이인가 싶습니다.

아빠의 입장에서 유모차 고르는데 가장 편한 방법은(?) 몇 가지 기준을 먼저 세우고 조건 따라 필터링하는 겁니다. 일단 유형부터 디럭스, 절충형, 경량형 중 확실한 목표를 세우고, 가용 예산 안에서 필요한 기능들이 다 갖춰져 있는가를 보는 거죠. 그리고 유형 따라 가격대가 확실히 갈라지는 만큼, 유형을 먼저 고르는 게 좋아 보입니다. 일단 유형은 주위에서 여러 분들이 '역시 크고 아름다운 디럭스지' 라고 해서 스토케 급의 녀석까지 보고 있었습니다만...그냥 샀으면 큰일 날 뻔 했습니다. 유모차를 고르는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를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죠.

제가 간과한, 혹은 너무 과소평가했던 기준은 '아이 엄마가 얼마나 잘 다룰 수 있느냐' 였습니다. 일단 외출을 고려한다면, 가장 기본적으로 엄마가 아이를 태우고 밖에 나가서, 때로는 차에 아이를 태우고 유모차를 폴딩해서 차에 싣고 출발해야 합니다. 이때 부모들은 유모차를 끌고, 접고, 들어서 차에 실어야 하는 것이죠. 이때 무게가 참으로 중요한데, 아내는 집에서 10kg 쌀포대도 꽤 많이 무거워합니다. 하물며 크고 아름다운 디럭스 유모차의 무게는 이것보다 무겁고, 사놓고도 들지 못해서 쓰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사실 이런 점은 아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아이 엄마가 다룰 수 있는 한계가 어딘가 말이죠.

그리고 이걸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기회는 종종 있는 베이비페어입니다. 요즘 베페야 네이버 까페 회원이나 사전신청 이벤트 등 하면 그냥 무료입장도 되고 하니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부담없이 가 보는 것도 좋습니다. 가면 분위기는 그냥 돗대기 시장같은 번잡한 느낌이었는데...유모차 브랜드들 돌면서 이것저것 끌어 보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내는 그 유명한 스토케의 디럭스 유모차 손잡이를 잡고 한바퀴 돌려보더니 '무거워 못들어 저리 치워' 3단 논법(?)으로 카테고리 후보 하나를 지웠습니다. 유모차 고르기의 고민이 꽤 많이 좁혀졌습니다.


2. 결국 저희의 기준은 경량형, 최대 30만원대의 가격대와 양대면 기능 정도를 생각했고, 적당한 가격대에서 프로모션 많이 들어가고 했던 리안 캐리듀얼을 10만원 후반대에 구했습니다. 방풍막은 음...있어야죠. 그래서 적당히 뒤져보니 따로 방풍막 사는 게 사은품을 기대하는 것보다 더 이득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같이 사서 씌웠습니다. 씌우고 나니 유모차가 좀 네모네모해 보이긴 하지만 또 그럴듯한게 비용 대비로는 그럭저럭 괜찮아 보입니다.

막상 도착한 유모차의 사용 감상은 음...뭐 가격대비로 괜찮아 보이긴 합니다. 너무 저렴한 거보다는 아예 중급 이상을 가는 게 나중에 바꿈질 안해도 되어서 더 이득이 되는 경우도 있고 하니까요. 폴딩은 처음 할 때는 조금 빡빡한가 싶었는데 한 서너번 하니 나름 익숙해져서 부드럽게 됩니다. 특히 펼 때 프레임 관절 고정하려면 처음엔 조금 세게 눌러야 했는데, 몇 번 하니 부드럽게 들어갑니다. 원터치 폴딩이라고는 하는데 막상 하면 한 손에 한 발정도는 더 필요합니다.

승차감은 음...뭐 나름 괜찮습니다. 고급형 모든바퀴 4관절 서스펜션 뭐 이런거보다는 못하지만 전륜 서스펜션이 나름 충격 꽤 걸러주는 느낌은 있습니다. 예전처럼 막 튀고 그런 건 아닙니다. 바퀴가 작은 유형이라 하수구 이런데 지나갈 때는 대각선 각도 잘 맞춰야 되고, 턱 올라갈 때도 좀 주의가 필요하긴 하지만 뭐 이 정도야 적당히 납득하고 갑니다. 내리막 내려갈 때는 자전거처럼 손잡이 식으로 쓸 수 있는 디스크 브레이크도 있었으면 싶은데 이런 건 너무 많은 걸 바래는 건가 싶긴 하네요. 시트 각도조절은 뒤에 끈으로 하는데, 배시넷이 딱히 아쉽지 않을 정도까지 꽤 많이 눕혀지지만 별 의미는 없는 것 같습니다. 

양대면 기능은 참 있으면 위기탈출에 좋은 기능입니다. 아이가 유모차끄는 부모를 볼 수 있으면 꽤 안심하게 되는 법이죠. 그리고 이 유모차는 핸들을 옮겨서 양대면을 만드는데, 덕분에 양대면 상태가 되면 조향 바퀴가 뒷바퀴가 되고, 아이 발받침과 핸들 끝부분이 가까워서 유모차가 자꾸 발에 걸리게 되더군요. 이런 건 핸들을 조금 더 길게 만들면 좋았겠다만 역시 핸들이 더 길면 차에 싣거나 할 때 그만큼 길이를 더 요구하게 되고, 조절 가능식으로 했으면 단가 문제가 있으니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여담이지만, 아내는 여전히 이 유모차의 5kg대 무게도 아슬아슬하다고 합니다. 과연 이 유모차에 8kg 아이를 태우고 나가서 잘 이동할 수 있을까는 언제 한번 시뮬레이션을 해 봐야 될 듯도 싶습니다. 그리고 주위에 디럭스 유모차 사신 분들 중 상당수가, 너무 크고 무거워서 가지고 다니기 힘들어서 외출용 경량형을 다시 사는 걸 보고 있자면, 역시 그냥 경량형이 최고고 부모 몸이 편한게 최고인가 싶습니다. 예전 오르빗베이비 G5 런칭때 '최고의 육아는 부모 몸이 편한 것이다' 라고 했는데, 그 유모차는 참으로 무거웠죠. 역시 부모 몸이 편해야 아이에게 인심도 나오고, 적당한 경량이나 절충형이 저희에겐 제일 맞았던 것 같습니다.

3. 유모차 구입이 성공적인 사례였다면, 카시트 구입은 성공과 실패가 갈리는 참으로 애매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카시트는 사실 아이가 처음 병원에서 나올 때부터 쓸려고 병원 퇴원 전에 구입했던 것인데, 인펀트 모드의 베이비 서포트 쿠션은 이미 너무 작아서(...........) 탈거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굳이 생후 3개월 이전까지도 커버할 수 있는 인펀트 모드에 집착해서 비용을 더 지출할 필요는 없었지 않나 싶습니다. 백일도 안 된 애가 차 타고 그렇게 멀리도 못갈 뿐더러, 겨울에 태어난 아이는 차안이 너무 추워서 카시트에 태울려고 겉에 둘러놓은 솜이불같은 겉싸개를 풀 수도 없어서 결국 한번도 못썼던 것이죠.

카시트를 고를 때도 고려했던 점은, 일단 인펀트 모드의 유무, 사용 가능한 아이 연령대, 그리고 ISOFIX의 유무였습니다. 요즘 차들에는 아마 ISOFIX가 의무 장착되던 것 같고, 아마 2010년 이후 차량들에는 대부분 있을 겁니다. 지금 집에서 타는 2012년식 스파크, 2015년식 투싼ix 모두 ISOFIX 마운트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ISOFIX를 통한 장착의 장점이라면 안전벨트 잡고 부둥부둥할 거 없이 ISOFIX 래치를 시트의 마운트에 장착하고 끈 당기면 끝나는, 간편한 설치와 나름대로 강력한 고정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구매한 것은 조이 스테이지스 모델인데, 마지막까지 경합했던 것이 다이치의 모델이었습니다. ISOFIX 쪽이 래치가 아닌 바 형으로 되어 있고 해서 고정시 흔들림이 더 적고, 기능적인 면에서는 뭐 동급이고 합니다. 가격은 더 높고 말이죠. 그래도 역시 마지막에 이걸 고른 이유는 서포터즈 변신이 3단계라 좀 더 오래 쓸 수 있지 않겠나...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별반 차이는 없고, 결국 가격적 장점만 남았습니다. ISOFIX의 방식 차이는 음...지금의 래치 형이 오히려 설치에는 좀 더 유연한가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신생아때부터 3개월까지의 인펀트 모드는 한 번도 못써본 계륵같은 옵션이 되었습니다.

요즘 날이 풀리고, 아이의 옷차림이 가벼워지면서 드디어 카시트에도 탈 수 있게 되었는데, 돌 전까지는 역방향 인펀트모드 설치가 권장됩니다. 아직 목이 불완전해서, 어른처럼 앉아 있다가는 돌발 브레이킹 등에서 몸이 앞으로 쏟아지고 목에 부담이 크기 때문이죠. 뭐 사실 거의 누워있는 자세긴 합니다만...뒤로 돌아있으면 KTX 역방향처럼 멀미가 조금 걱정될지언정 브레이킹 등에서 목 걱정은 사라집니다. 그리고 막상 애를 태우고 차를 몰면, 예전보다 브레이킹에 의한 쏠림이 더 예민해지는 느낌입니다. 그러다 보면 거의 사장님 모시는 기사님 수준의 느긋함이 나오기도 합니다. 뒤에서 성격 급하신 분들이 막 도발하는데(?) 꾹 참고 가는 것도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정신수련인가 싶습니다.


4. 카시트의 설치에서 고민이 아닌 듯 고민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이 시트를 어느 자리에 설치할 것인가가 되겠습니다. 아무 생각 없을 때는 당연히 조수석 뒷자리 사장님 자리에 설치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태우려고 세팅하다 보니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보호자가 타야 할 자리죠. 부모 모두 앞자리에 앉으면 케어가 문제고, 엄마나 아빠 중 한명이 뒤에 앉으려면 성인이 조수석 뒷자리를 차지하는 게 맞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지금 카시트는 운전석 뒷자리에 세팅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역방향 인펀트모드의 카시트를 이용하는 상황에서 번거로움이 있다면, 상부를 지지하는 끈이 꽤 높은 위치를 가로질러 지나간다는 것이 있겠습니다. 아이를 그 위로 넘겨서 집어넣어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습니다. 게다가 전고가 조금 더 높은 SUV는 애가 무슨 장대높이뛰기를 하는 느낌이죠. 그리고 이게 팔 힘도 아직 좀 남아있고, 키도 180cm 근처에 있는 제 입장에서는 큰 문제가 안되지만, 팔 힘이 좀 약하고 키가 160cm 중반대인 아내에게는 이게 난이도가 많이 높아졌습니다. 차 문을 열고 밖에서 아이를 거의 눈높이 위로 들어서 태우기는 꽤 어렵습니다. 물론 차 안에 안고 타서 머리가 천정에 닿은 상태로 아이를 들고 태우기도 사실 만만치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

아이가 본격적으로 외출이 필요하게 되면, 제가 출퇴근용으로 스파크를 타고, 아내가 투싼을 몰고 다니게 할까 싶은 고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뭐 그리 크다고는 할 수 없는 차지만 그래도 경차보다는 훨씬 크고 폭도 넓고 시야 사각지대도 큰 SUV는 좁은 도시를 다니기에 저조차도 좀 번거로운 느낌이 들 때도 있고, 아내도 이런 부분에 적응하는 연습이 필요한데 시간도 의욕도 없고...게다가 카시트에 아이를 태우는 데서 의외의 고난이도 상황이 나오면서 일단 이런 고민은 적당히 정리되어 버렸습니다. 그냥 필요하면 스파크에 카시트를 설치해보기로 한 것이죠. 어차피 두명 탈거면 당장은 전고 낮은 차가 더 편할 수도 있겠습니다.


5. 철없는 아빠들이 첫 아이를 만나면 패밀리카는 꼭 SUV로 가야 하는가 내가 사랑하는 세단 해치백은 정녕 설 자리가 없는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시던데 음....뭐 취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사실 꼭 SUV가 정답은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몇 가지 현실적인 이유를 댈 수도 있고, 요즘 나오는 코나, 티볼리 급의 소형 SUV들은 솔직히 진짜 SUV라는 이름에서 오는 공간적인 장점이 실제 존재하긴 하는건가...하는 정도의 사이즈라 다시 생각해보게 합니다. 당장 지금 타는 투싼ix에 지금 쓰는 유모차를 대충 던져넣으면 저렇게 되고, 디럭스를 던져넣으면 더 난감해지겠죠. 사실 투싼 급이 트렁크가 보기보다 애매하긴 합니다.

언뜻 보기엔 SUV가 더 높고 커보이고 하겠지만, 막상 따져 보면 SUV들의 함정은 비슷한 가격대의 세단들보다 전장이 짧습니다. 당장 지금 타는 투싼ix가 전장이 4.4m인데, 현재 나오는 아반떼의 전장이 4.57m, 제가 구입할 때 비슷한 선상에 올렸던 LF 쏘나타의 전장이 4.85m 가량 됩니다. 그리고 아반떼 휠베이스도 2700mm, 쏘나타 휠베이스는 2805mm에 달합니다. 결론은 투싼과 쏘나타를 비교하면, 실내공간이든 트렁크든 쏘나타가 훨씬 크다는 것이죠. 장점은 높이 실을 수 있어서 화분같은 거 싣기 편하다는 거 정도겠네요. 하지만 단일 화물이 높이가 빡센 거 아니면, 보통은 소나타의 적재공간이 더 클 겁니다. 그렇다고 싼타페를 간다! 라고 하면 물론 싼타페보다 쏘나타가 더 길고, 일단 싼타페 가격대는 그랜저하고 놉니다.

그리고, SUV의 높은 전고가 엄마들에게 의외의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짐 싣고 내릴 때 약간 높은 전고는 허리를 다 펼 수 있다는 장점과, 때로는 허리를 펴고 팔을 들어야 된다는 어려움이 공존할 수 있는 것이죠. 사실 짐 많이 들어가고 하는 건 웨건이 참 좋은데 한국에서 찾을 수 있는 웨건은 별로 선택지가 없습니다. 요즘 인기높은 소형 플랫폼의 SUV들은 음...소형 해치백하고 비교해도 별로 공간에서는 장점이 딱히 없을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해치백도 인기가 없기는 매한가지입니다만 말이죠. SUV에 들어가는 차값의 추가 비용은 진짜 수치적으로 고민을 따져 봐야 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이가 나온다고 짐이 많아질 거라고 잘 타던 세단 팔고 SUV 가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런 연유로 자칫 다운그레이드가 되는 경우도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아이가 나온다고 짐이 많아지면 차를 늘리는 거보다 짐을 줄이는 궁리를 해야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싣고 내리고 옮기는 건 결국 사람이 해야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많이 싣고 간다는 것은 도착해서 많이 내리고 지고 다녀야 된다는 건데, 결국 차보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뭐 앞으로 애가 더 크면 얼마나 짐이 많아질지는 가 봐야 알겠지만, 몸이 편하게 가려면 꾸준히 짐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6. 동네에 '아이가 타고 있어요' 나 'baby in car' 스티커 붙은 차들이 한 절반쯤 됩니다. 저희는 귀찮아서 붙이지도 않았습니다만 말이죠. 그리고 이 스티커들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가다 보면 참 무리수를 두는 멘트들이 있습니다. '미래의 판검사가 타고 있어요' 이런 거 보면 직업의 귀천을 대놓고 조장하나 사회의 평화를 위해 제거해 버려야 될까 싶은 고민도 아주 가끔 듭니다. 될 수 있으면 스티커는 원래 목적에 맞게 차분하게 붙이는 게 좋지 않겠나 싶습니다. 원래 구조용 정보니만큼 혈액형 정보가 있으면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타고 있다고 써 놓은 차들이 출근길에 훨씬 공격적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아주 자주 보입니다. 봉인되어 있던 레이싱 본능이 출근때 혼자 타면서 깨어나는지 모르겠다만 좀 자중할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아이가 타고 있든 말든 일관적으로 레이싱 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아이가 타든 타지 않든 여유 있는 운전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유있게 타는 운전 습관은 동승자들의 승차감과 차의 내구성에도 지대한 영향을 줍니다. 주위의 아저씨들이 'SUV가 승차감이 안좋아서 뒤가 흔들림이 심해서 아이한테 안좋다고 하던데' 라고 하는데 이건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차의 특성도 있지만 사람의 특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SUV들이 높고 서스펜션 움직임이 길고 해서 세단보다는 좀 더 울렁임이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금 세대 이전의 싼타페 DM, 투싼ix의 서스펜션 세팅은 저속과 중고속 이상에서 스프링이 꽤 딱딱해서 차가 튀는 모습이 있으니 감안해서 속도 조절도 해야 하는 것이죠. 조금 물렁한 현재의 쏘렌토나, 잘 세팅된 최신 차량들은 좀 덜할 거고, 타이어 휠 사이즈도 좀 줄여서 두툼한 타이어 달면 아주 말랑말랑한게 적당히 편안해집니다. 저도 차 살때는 18인치 휠을 선택의 여지 없이 받았는데 솔직히 17인치로 내리고 싶지만 이것도 다 돈인지라....

여담이지만, 최근 르노 클리오를 시승할 일이 있었습니다. 보통은 단체 시승을 나가면 다들 스트리트 레이싱 뺨치는 장면을 연출하는데, 물론 저와 동승하신 분도 만만치 않으셨습니다만....전 막상 운전대를 잡으니 일반 도로에서는 예전보다 그런 질주본능이 확 죽은게 크게 와닿았습니다. 아무래도 너무 오래 곱게 다녀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피곤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클리오가 밑천이 바로 드러나는 90마력 세팅이라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역시 차는 안전하게 타는 게 최고죠. 예전에 가끔 서킷 나가고 와인딩 격하게 타던 시절이 가끔 생각나긴 한데 지금도 뭐 크게 답답하고 그러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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